다시, 배우다 Flipbook 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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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배우다 ReLearn 초판 1쇄 발행 2021년 12월 10일 지은이 폴 김 펴낸이 조기흠 기획이사 이홍 / 책임편집 이수동 / 기획편집 최진, 이한결 마케팅 정재훈, 박태규, 김선영, 홍태형, 배태욱 / 제작 박성우, 김정우 교정교열 정정희 / 디자인 리처드파커 이미지웍스 펴낸곳 한빛비즈 (주) / 주소 서울시 서대문구 연희로2길 62 4층 전화 02 - 325 - 5506 / 팩스 02 - 326 - 1566 등록 2008년 1월 14일 제 25100 - 2017 - 000062호

ISBN 979-11-5784-554-5 03300 이 책에 대한 의견이나 오탈자 및 잘못된 내용에 대한 수정 정보는 한빛비즈의 홈페이지나 이메일([email protected])로 알려주십시오. 잘못된 책은 구입하신 서점에서 교환해드립니다. 책값은 뒤표지에 표시되어 있습니다.

hanbitbiz.com facebook.com/hanbitbiz post.naver.com/hanbit_biz youtube.com/한빛비즈 instagram.com/hanbitbiz Published by Hanbit Biz, Inc. Printed in Korea Copyright ⓒ 2021 폴 김 & Hanbit Biz, Inc. 이 책의 저작권은 폴 김과 한빛비즈(주)에 있습니다.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를 받는 저작물이므로 무단 복제 및 무단 전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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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배우다

폴 김 지음

00 4



프롤로그

스탠퍼드대학교 캠퍼스에는 분위기 좋은 노상 카페가 여러 곳 있다. 그중에서도 중앙도서관인 그린 라이브러리Cecil H. Green Library 앞에 있는 카페 ‘쿠파’는 커피 맛도 일품인 데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언제나 캘리포니아의 화창한 햇살을 맞으며 담소를 나누기 좋은 곳이다. 적당한 간격으로 놓인 야외 테이블은 분수대 옆이라, 은은 한 커피 향을 맡으며 시원한 물소리를 듣고 있으면 가슴이 탁 트이 는 기분이다. 카페 앞으로는 실리콘밸리의 빠른 시계 속도에 맞춰 분주히 지 나가는 학생들이 있는가 하면, 분수대와 도서관을 배경으로 사진 찍는 방문객도 많다. 캠퍼스 한가운데 위치한 이 명당자리는 내 연 구실에서 3분도 안 되는 거리에 있다. 그래서 누군가 나를 찾아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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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 연구실 대신 굳이 이곳에 와서 바람을 쐬며 미팅을 하곤 한다. 그날도 마침 이 카페에서 새로 들어온 석사과정 학생과 아프리 카 교육 프로젝트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루빈 티센 Reuben Thiessen이라는 이름의 이 학생은 국제 비영리 교육기관에서 일하고

있어, 개발도상국을 많이 돌아다니며 테크놀로지 관련 프로젝트 를 진행해왔다. 전부터 나의 개발도상국 교육 프로젝트에 관심이 많아서 자주 연락하던 사이였다. 나는 루빈이 스탠퍼드로 오기를 바랐고, 추천서도 기꺼이 써주었다. 그런 그가 석사과정으로 스탠퍼드에 입학하자마자, 축하의 자 리를 마련했던 것이다. 우리는 개발도상국에서 교육 프로젝트를 진행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때 ‘뿌아앙’ 엔진 소리를 내며 작은 비행기 한 대가 캠퍼스 위를 지나갔다. 둘 다 그 소리에 머리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루빈이 비행기를 유심히 보더니 저건 ‘파이퍼 체로키 Piper Cherokee’라고 기종을 말해주었다. 어떻게 멀리서 한 번 보고 비행기 기종을 아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자신이 파일럿이라면서 지갑에서 미 연방정부 파일럿 면허증을 꺼내 보여주었다. ‘이 친구를 좀 안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새로운 면이 있었네’ 하며 속으로 감탄했다. 예전에 그가 마친 대학교 이 름이 엠브리리들Embr y-Riddle이라고 말했을 때는 ‘생소한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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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항공 관련 쪽에서는 하버드급 대학이었다. 루빈은 캐나다 시골 출신인데, 거기서는 부시 파일럿Bush pilot(경 제적・환경적 이유로 대형 비행기나 기타 교통수단이 접근할 수 없는 곳에 물자와 승객을 태워 나르는 조종사)이 많이 필요하다고 했다. 캐나다

는 워낙 땅덩어리가 넓고 작은 마을들이 광대한 지역에 흩어져 있 어서, 부시 파일럿들이 식량과 주요 물자를 작은 비행기로 시골 곳 곳에 날라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알기로, 부시 파일럿들은 대부 분 오래된 비행기를 타고 다니며, 이착륙이 열악한 지역에서 급변 하는 기상 상태를 뚫고 물자나 환자를 실어 나른다. 또 비상상황이 워낙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투지력도 남다르다. 요컨대 전 세계 오 지에서 생명줄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다. 그런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며 자라서인지, 루빈도 사람들에게 필요한 식량과 교육자원을 나르는 일에 관심이 많았고, 10개국 이상의 개발도상국에서 국제 교육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는 농업이 주업인 대가족 중 최초로 대학 교육을 받은 사람이었고, 그가 태어난 지역(대한민국만 한 면적)에서 스탠퍼드에 입학한 최초의 사람이었을 것이다. 지역

주민을 통틀어 10개국 이상을 여행해본 사람을 꼽아도 최초일 만 큼 캐나다 오지 중의 오지에서 태어나 자란 학생이었다. 이 친구가 마음 맞는 파일럿들과 함께 세상 곳곳에 필요한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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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을 때, 나의 머리에 번개 같은 전류 가 흘렀다. 나 역시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그런 의미 있는 일 을 하며 생을 마감하고 싶다고 생각해온 터였다. 큰 조직을 통해 하 느냐, 아니면 직접 하느냐 같은 고민만 있었는데, 사실 덩치 큰 비 영리조직의 비합리적인 운영 방식에 불만이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설립하여 운영 중인 ‘시드 오브 임파워먼트 Seeds of Empowerment’(www. seedsofempowerment.org)에 소속된 전 세계 수많은 봉사자들에게 어떻

게 더 의미 있는 봉사의 기회를 줄지도 늘 고민거리였다. 한 시간 정도 이야기하기로 했던 그날의 미팅은 두 시간 넘게 계 속되었다. 나는 파일럿이 되려면 어떤 과정이 필요한지, 무엇을 공 부해야 하는지, 시험은 어떻게 치르는지 꼬치꼬치 물었다. 루빈은 신이 나서 모든 과정을 자세히 말해주었다. 그때까지도 나는 그것 이 얼마나 자신을 시험하는 여정인지 몰랐다. 얼마나 위험이 따르 며 얼마나 노력해야 하는지도 자세히 몰랐다. 하지만 의미 있으면 서도 무한한 모험의 과정이라는 매력에 서서히 빠져들었다. 캐나다 출신의 한 학생이 보여준 새로운 면모는 나에게 한 차 원 높은 세상을 열어주었다. 그즈음 나는 내 삶의 여정을 돌아보고 있었다. 스탠퍼드에 와서 처음에는 연구에 몰두했다. 국제 학술지 에 많은 논문을 게재했고, 새로운 학습 모델을 개발하는 데 초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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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빈과 함께한 비행

두었다. 그런데 나도 모르게 점점 연구에 피로감을 느끼기 시작했 다. 이 세상에서 과연 몇 명이나 내 논문을 읽고 도움을 얻을까 하 는 회의감도 들었다. 특히 대학 연구소에서 국가별 빅데이터만 보 면서 하는 이론적 연구가 지금 당장 가난과 질병으로 신음하는 아 이들에게 무슨 도움이 될까 싶었다. 결국, 직접 부딪치며 배우자는 생각으로 전 세계 개발도상국을 발로 뛰어다녔고, 작은 규모라도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교육 관련 프로젝트를 수십 개국의 여 러 지역단체와 함께 벌이기 시작했다. 무엇이 실질적 도움이 되고 무엇이 진실인지 깨닫는 기회가 점차 늘어나면서, 남은 인생을 어 떻게 보내야 할지 생각하게 된 것이다. 이런 내 마음에 그 학생은 작은 돌 하나를 던져 새로운 물결을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그 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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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점점 퍼져나갔다. 그날 스탠퍼드 상공을 지나간 비행기는 내게 이런 질문을 던졌 다. ‘거기 멋진 곳에서 향기로운 커피를 즐기며 일하다 은퇴해도 괜찮기야 하겠지. 세상의 수재들이 모인 곳, 혁신의 아이디어가 넘 쳐나는 곳, 최고의 것들이 움직이는 곳… … 밖에서 보면 그곳이야 말로 실리콘밸리의 핵심이니 말이야. 그래, 지금처럼 그곳을 베이 스캠프 삼으면 많은 것이 편하겠지. 하지만 인생의 마지막 장을 고 민해야 하는 지금, 그런 것들이 아직도 당신 가슴을 뛰게 하나?’ 노벨상을 수상한 교수와 마주 앉아 한 달에 한 번 밥을 같이 먹 을 때도, 200억짜리 연구 프로젝트에 펀딩이 되었다는 소식을 동 료들과 나누며 점심을 먹을 때도, 구글에서 연구에 쓰라고 안드로 이드폰 2,000개를 보내왔을 때도, 유네스코의 초청을 받아 파리에 서 기조연설을 했을 때도 그다지 감흥이 없었다. 하지만 앞으로의 새로운 가능성을 생각하면 마음의 울림이 훨씬 크게 느껴졌다. 자 동차로 길을 만들면서 며칠을 가야 할 길을 비행기로 몇 시간 만에 갈 수 있다면,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이 쉽게 자주 접근해 도움의 손길을 내밀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예전에 한 동료를 저세상으로 안타깝게 보낸 적이 있다. 그는 아 프리카 오지의 험난한 산길을 자동차로 이동하다 그만 비탈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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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떨어지고 말았다. 많이 울었고, 한동안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어디서 프로젝트를 운영하든 쉽게 자주 왕래할 수 있어야 지속가 능성이 있다. 그곳이 콩고의 분쟁 지역 한가운데 있는 다 쓰러져가 는 학교든, 미국 애리조나 오지의 마약에 찌든 인디언 마을이든, 베 네수엘라 국경 지역에서 마약ㆍ밀매ㆍ총기 범죄에 노출된 원주민 마을이든, 바다에 흩어져 인터넷이 안 되는 섬마을이든, 어떤 곳이 라도 주변에 300미터 정도의 마른 땅만 있으면 이착륙을 할 수 있 다. 착륙이 불가능한 날들이 이어지면, 의약품이나 생필품 같은 필 수 물자를 하늘에서 정기적으로 떨어뜨려 주는 것도 가능하다. 이 길은 결코 쉽지 않다. 많은 것을 버려야 한다. 많은 것을 감수 해야 한다. 힘들고 기나긴 준비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이 나의 가슴을 뛰게 한다면, 내가 나를 멈출 수 없다.



그날의 만남 이후 본격적으로 근처의 비행학교를 알아보았다. 교관을 소개받고 드디어 첫 비행 수업을 하게 된 날, 첫 수업 때 만 난 교관은 20대 초반의 대학생이었다. 스탠퍼드에서 학부생들을 보면 풋풋한 새내기 느낌뿐이었는데, 그런 어린 학생을 이제부터

프롤로그

0 1 1

선생님으로 모시게 된 것이다. 조종석에서의 첫 만남은 조금 어색했다. 나는 신분을 밝히지 않 은 채 “그저 잘 부탁합니다, 교관님!”이라며 다가갔고, 교관님은 나를 애송이 학생으로 취급했다. 하지만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오 히려 학생과 교수 입장이 바뀌었다는 점이 아주 흥미로웠다. 속으 로 ‘어쨌거나 지금 저 교관 선생님이 가르쳐주는 내용들을 어려워 하고 있잖아?’라며 탄식했다. “다시 해보세요! 그게 아니고, 이렇게! 그게 뭐였죠? 벌써 까먹 었어요? 아니, 아니, 그거 말고 이거요! 다시! 다시!” 열심히 나를 가르치는 교관님의 귀중한 가르침 덕분에 나를 재 발견하게 되었다. ‘아! 이럴 땐 이렇게 가르쳐야 했구나. 이러지 말았어야 했구나. 이걸 먼저 설명했어야 하는구나.’ 교관님의 교육 방법을 유심히 연구하며, 내 마음의 노트에 교육 방법론을 정리하고 있었다. ‘대학교 부학장이 언제 이런 귀중한 학 생 경험을 해보겠어?’ 하며 스스로 감탄하기도 했다. 주말이면 어김없이 돌아오는 긴긴 학생의 과정을 통해 ‘더 나은 선생님이 되려면 먼저 학생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진리를 깨달았 다. 역시 교훈은 간단했다. 배우는 자세로 가르치면 가장 잘 가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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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 수 있고, 남을 정성껏 가르칠 준비를 하듯 학습하면 가장 잘 배 울 수 있다. 그렇게 학생으로 돌아가 어렵게 조종사 자격증을 취득하면서 많은 교훈을 얻었다. 높은 하늘로 날아오르려면 끊임없이 배워야 한다. 평생 나 자신을 불편하게 만드는 질문을 해야 그 고도를 유 지할 수 있음을,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이 힘들고 복잡할수록 수많 은 계기들을 보고 정확히 상황을 판단해야 한다는 점을 비롯해 다 양한 인생 교훈을 정리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의 마음에 무엇인가 큰 그림들이 점차 자리 잡혀감을 느꼈다. 실리콘밸리의 스탠퍼드 일상도 다시 보였다. 예전부터 학교나 기업 회의실에서 강의하거나 젊은 스타트업들에게 자문하면서 전 달한 내용들이 떠올랐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것은, 비행기 조종사 과정에서 접하게 된 단어들이 실리콘밸리의 생태계를 다시 정리 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는 점이다. 어떤 항공 용어는 스탠퍼드 내부에 있지 않으면 이해하기 힘든 점들을 잘 정리해주고, 어떤 항 공 상황은 인천 부평에서 영어 한마디 제대로 못하던 내가 여기까 지 걸어오는 동안 부딪쳐서 배운 인사이트들을 매우 간략하게 표 현해주었다. 그렇게 비행 관련 사례들을 통해 얻은 삶의 지혜는 엄 청난 가치로 다가왔고 책으로 출간할 결심까지 하게 해주었다.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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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쿠파’ 앞에서

이 책의 키워드들이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에게, 일터에서 열심히 뛰며 더 큰 꿈을 키워가는 직장인에게, 또는 새로운 스타트업을 두 고 고민하는 초년생 CEO에게, 고민의 높은 산등성이를 앞두고 있 을 때마다 조금이나마 유익한 인사이트로 다가가기를 바란다. 혹 시라도 이 글을 읽고 나와 함께 비행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언제 나 환영이다. 함께 의미 있는 일을 하며 비행하는 날이 오기를 기 대한다. 그 비행이 태평양의 어느 작은 섬마을로 가는 길일지, 미 국 서부 사막의 인디언 부족 마을을 방문하는 길일지, 아프리카 오 지의 분쟁 지역 상공을 가슴 졸이며 날아가는 길일지 지금은 모른 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인생 여정에서 리스크를 피해 갈 수는 없다 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글까”라는 속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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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럼, 내가 30년 전에 구더기를 무서워했다면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지 생각해본다. 아마 깨끗하고 작은 장독만 바라보며 살 고 있지 않을까?

프롤로그

0 1 5

차례

프롤로그 005

PART 1ㆍ시작한다는 것 감출 수 없는 열망 How desperate are you?

021

뉴 노멀 What is my new normal?

034

배움의 이유 Am I still alive?

045

마음의 시도 What’s always on my mind?

057

PART 2ㆍ나 자신을 안다는 것 나의 태도 Am I fit for this?

071

나의 자세 How is my attitude?

081

나의 한계 Do you know your limits?

089

나의 미래형 What type of talent am I?

098

PART 3ㆍ내가 가고자 하는 것 옳은 길 Are you at the right place?

111

재부팅의 열정 120 What passion of mine will help me survive in a time of crisis? 올바른 위치 Am I at the right altitude?

129

내면의 가치 What do you really value the most?

141

자랑스러운 열정 What makes you feel proud?

152

가정적 질문 What is your ‘what if ’ question now?

158

PART 4ㆍ실패를 배움으로 바꾼다는 것 실패의 진짜 의미 Have you really failed?

171

플랜 B What if you don’t have a plan B?

182

추측의 교훈 Are you sure you are not assuming?

190

과정 vs 결과 Is it the outcome or the process?

198

PART 5ㆍ현명하고 가치 있게 산다는 것 안전한 착륙 Is everything alright?

213

광적인 태도 Are you paranoid enough?

221

불편한 인생 Who can help you?

231

긍정 테스트 Is now the time to think positively?

236

처음처럼 Am I not complacent?

245

PART 6ㆍ원칙 있게 산다는 것 할 수 없다는 용기 Do you have the guts to say unable?

257

타협할 수 없는 원칙 Can you really stick to your principles?

266

인생의 안전 마진 How is your safety margin today?

275

나의 인테그리티 What do you not see?

282

에필로그 292

part

1

시작한다는 것

감출 수 없는 열망

How desperate are you?

비행훈련을 시작하기로 마음먹고 교관과 처음 만나기로 약속 한 전날 밤, 들뜨기도 하고 걱정도 되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떠올랐 다. ‘교관을 만나기 전에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비행에 대해 이 것저것 물어보면 뭐라고 답하지?’ 그전에 여객기를 타고 작은 창 문으로 활주로를 바라보거나 활주로를 표시하는 숫자판을 볼 때 면 뭔가 다른 세상에서 특별한 사람들만이 저곳을 출입하려니 생 각했다. 비행에 관심이 생겨 유튜브 영상으로 항공교신을 들을 때 는 도통 무슨 소리인지 알아들을 수 없었다. 저렇게 복잡하고 빠른

감출 수 없는 열망

0 2 1

교신으로 수많은 항공기들이 스스로 길을 찾아 부딪치지 않고 다 닐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했다. ‘활주로나 하늘에서 우물쭈물 하거나 교신에서 한마디라도 잘못 듣고 실행하면 큰일이 날 텐데.’ ‘나 때문에 다른 사람한테까지 피해가 가면 어쩌나?’ 나 같은 초보 가 말도 못 알아듣고 바쁜 공항 주변 하늘에서 헤매다가 큰 비행 기 앞에 끼어들어 문제라도 생기면, 뉴스에 대문짝만하게 나올지 도 모른다. 그러면 사람들이 말하겠지. ‘나이 든 사람이 할 일 없으 면 집에서 얌전히 텔레비전이나 보든가. 왜 괜히 나와서 여러 사람 불편하고 위험하게 만들어?’ 주변 사람들에게 내가 파일럿 과정을 배울 예정이라고 했을 때, 직접적으로 이런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비슷한 말이나 비유로 넌지시 그런 느낌을 주는 사람이 많았다. 그 럴 때마다 ‘아, 지금은 때가 아닌가?’ 스스로에게 묻곤 했다. 큰맘 먹고 시도했는데 남들의 부정적인 말 때문에 고민하는 상 황이 미국 유학을 꿈꾸던 때와 비슷했다. 공부도 못하고, 영어는 하나도 모르고, 한국에서도 안 되는 애가 왜 미국까지 가려는 거냐 는 말을 참 많이 들었다. 특히 형 친구 한 명의 말투와 표정은 지금 까지도 생생하다. “너 공부 잘해? 못하지? 너 영어 할 수 있어? 못 하지? 그런 애가 미국 가서 영어도 하고 공부도 할 수 있겠어?” 나 는 그때 반박 한마디 못하며 속으로 생각했다. ‘그렇긴 하지. 공부

02 2

PART 1•시작한다는 것

도 못해, 영어도 못해. 잘하는 건 눈 씻고 찾아봐도 없어. 그런데 왠지 몸으로 부딪쳐서 하면 될 것 같단 말이야.’ 속으로만 스스로 를 위로하고 격려했다. 그런데 한두 사람이 그런 말을 할 때면 자 기합리화, 자가정신치유가 통했지만, 주위에 온통 그런 사람들만 생기니 쉽지 않았다. 더구나 가족과 가까운 친지와 밥 먹는 자리에 서 “쟤 좀 정신 차리라고 해봐”라는 말을 들을 때면 힘이 쑥 빠졌 다. 그럴 때마다 ‘아, 지금은 아닌가? 나중에 기회가 생길까?’ 하 는 생각이 머릿속에 교차했다. 미국에서 학부를 마치고 석사를 하겠다고 했을 때도 비슷한 말 을 들었다. “학부에서 컴퓨터를 전공했는데 석사를 교육 뭐? 교 육공학? 그게 뭔데? 교육이면 교육이고 공학이면 공학이지, 교육 공학은 또 뭐야? 그거 해서 돈이나 벌 수 있겠어?” 그런 말을 하 는 사람들은 자신이나 자기 가족이 간 길을 은근히 자랑했다. “우 리 애는 이번에 ○○ 들어갔잖아. 거기 좋대. 잘나간대. 그쪽은 앞 으로 뭐, 확실하지.” 그러면서 은근히 하는 말은 이런 뉘앙스였다. ‘너는 그런 거 할 수 있겠어? 한번 생각해봐. 물론 할 수 없겠지만 말이야.’ 가보지 않은 길을 시작하는 지점에는 두려움과 긴장, 불확실성 이 가득 차 있다. 그 와중에 도움이나 코칭의 말이 아닌 부정적인

감출 수 없는 열망

0 2 3

말, 방해가 되는 코멘트, 비꼬는 뉘앙스의 말이 얼마나 큰 상처가 되고 사람을 힘들게 하는지 모른다. 이럴 때 얼마나 더 자신감을 갖고, 얼마나 더 노력하고, 얼마나 더 준비를 해야 마음이 편해질 수 있을까? “잘될 거야”라고 말해주진 못하더라도 “이번 기회에 큰 배움이 있을 거야”라고 말해주면 어땠을까? 모든 배움은 소중 한 것이니 말이다. 교관을 처음 만나 수업하기 전에 필수로 준비해야 하는 것들이 있다. 신분증과 간단한 신체검사 결과다. 파일럿 대상의 신체검사 를 실시하는 지정 병원에서 소변검사, 정신질환검사, 시력검사 등 을 받아야 한다. 신체검사를 예약하고 대기실에 앉아 내 차례를 기 다렸다. 10대에서 20대, 좀 많다 싶은 경우 30대 정도로 보이는 젊 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나보다 나이가 많거나 내 또래로 보 이는 사람은 없었다. 전에는 어딜 가도 내가 제일 젊었는데, 언젠 가부터 무슨 모임에 가도 내가 가장 연장자일 때가 많다. 이번에도 그런 상황이 쉬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제는 늦은 건가?’ 하는 생각에 자신감이 빠져나가려 했다. 그 순간, 일전에 어떤 박사후과정 학생과 나눈 대화가 생각났다. 그 학생은 한국의 지방 대학교에서 박사를 마치고 지도교수 추천 으로 스탠퍼드 박사후과정에 들어온 경우였다. 이 친구의 고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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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시작한다는 것

박사후과정도 몇 년 했지만 딱히 갈 곳이 없다는 것이었다. 모르는 사람들은 스탠퍼드에서 박사후과정을 마치면 한국에서 쉽게 교수 자리를 따내리라 예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며 한숨을 쉬었 다. 이런 고민을 누구랑 의논할 수도 없고, 자신만 바라보는 가족 들에게도 미안하다는 것이었다. 마음 한편에는 다른 꿈이 있지만 주변의 기대나 감당 못할 시선 때문에 차마 그 길로는 발을 떼지 못했다고 말했다. 원래 하고 싶었던 일이 뭐냐고 물었더니, ‘의사’라는 답이 돌아 왔다. “지금 하지 그래요?” 내 질문에 그는 멋쩍은 듯 말했다. “이 나이에 의대 들어가면 다른 학생들이 교수인 줄 알아요.” 박사에다 박사후과정까지 마치고 의대생들과 수업을 함께 들을 생각을 하면 깜깜했을 것이다. “그럼 어때요. 사람은 살면서 설마, 과연, 설마, 과연을 반복해 서 생각해요. 마음속 깊은 곳에 작게나마 열정의 불씨가 살아 있다 면, 그리고 그게 자꾸 생각난다면, 그걸 진짜 해봐야 자신에게 미 안하지 않아요.” 이후 그 학생을 만나지 못하고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 어느 날 연

감출 수 없는 열망

0 2 5

락이 왔다. “교수님, 저 레지던트 과정을 마쳤어요.” 그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결국 의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하 기로 결심하고 다시 공부를 시작해서 힘들게 합격했다고 한다. 그 리고 전공의 레지던트 과정을 끝내고 전문의 시험까지 합격했다 는 것이다. 힘들었냐고 물었더니 말도 말라고 했다. 어린 학생들과 수업 들으면서 몸고생, 마음고생 했던 일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거라고. 그렇지만 박사과정과 박사후과정 때 배웠던 것들이 엄청난 도움이 되었다고 했다. 그의 목소리에서 행복해하는 모습 이 역력히 느껴졌다. 어떤 직종이든 어떤 위치든 그곳에 올라 돌아보면, 밑에서 볼 때 만큼 대단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막상 이루고 보면 ‘뭐 할 만하네’ 하는 생각도 든다. 시작하기 전에는 그렇게 불가능해 보였던 것들 이 이루고 보면 가능한 것이었음을 새삼 느끼게 된다. 물론 많은 노력이 필요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먼 거리도 좋아하는 노래 를 흥얼거리며 걷기 자체를 즐기다 보면 언제든 도착하기 마련이 다. 단지 우리는 첫발을 떼기가 어려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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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시작한다는 것



파일럿 신체검사 병원 대기실에서 50대쯤으로 보이는 간호사가 내 이름을 호명했다. 내가 대답하니 간호사는 의아한 듯 차트를 다 시 보며 “Midlife Crisis(중년의 위기)?” 하고 물었다. ‘중년의 위기’ 는 나이 50쯤 되면 인생을 돌아보게 되고 ‘그동안 뭐했나?’라는 자 책과 ‘왜 날 위해서 살지 못했나?’ 하는 후회로 어떤 일을 저지르 는 경우가 많아 생긴 말이다. 갑자기 직장을 옮긴다든지, 대형 오 토바이를 산다든지, 세계여행을 하겠다든지 등등 뭔가 안 하던 일 을 감행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나는 연륜 있어 보이는 간호사의 말 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그저 “새로운 걸 배우는 게 좋아서 요”라며 밝게 웃어 보였다. 간호사를 따라 들어간 방에서 시력검사가 시작되었다. 시력 측 정기의 작은 구멍에 눈을 대고 보이는 숫자를 말하라고 했다. 처음 큰 글씨들은 대략 보였는데 글씨들이 점점 작아지니 구멍 속의 빛 이 너무 밝아서인지 도저히 읽을 수가 없었다. 시력검사에서 떨어 지면 파일럿의 꿈은 내려놓아야 하기에, 나는 눈에 힘을 잔뜩 주 고 작은 글씨를 읽으려 애썼다. 그런 내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간호 사가 다시 한번 자세히 보라고 했다. 그때 나는 안경을 쓰고 있었

감출 수 없는 열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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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데, 안경 맞춘 지가 하도 오래되어 시력 교정이 잘 안 된 것 같았 다. 평소에 그렇게 작은 글씨를 읽을 일이 없으니 별로 신경을 쓰 지 않았던 것이다. 내가 한숨을 푹푹 쉬면서 글씨가 잘 안 보인다고 하자, 간호사가 ‘그 나이에 무슨 파일럿을 한다고… …’ 하는 표정으로, 시력 측정 기 스위치를 확 꺼버렸다. 그러고는 나더러 밖으로 나오라고 했다. 그 순간 눈물이 나올 뻔했다. 언제 내 눈이 이렇게 나빠졌지? 나이 들고 몸이 예전 같지 않은 것, 여기저기 쑤시고 아픈 데가 많아진 것, 시력이 떨어진 것 등을 다 알고 있었지만, 내가 기본 시력도 안 되는 줄은 몰랐다. 시력 때문에 파일럿을 못한다고 생각하니, 그동 안 부풀었던 꿈과 희망이 허무하게 터져버리는 듯했다. 기계 스위 치를 무심히 꺼버리는 간호사도 너무 야속했다. 검사실을 나오며 불을 끄고 문을 쾅 닫아버리는 간호사에게 “저기요, 다시 한 번만 더 해보면 안 될까요?”라는 말이 목까지 올라왔다가 입에서만 맴 돌았다. ‘아, 이럴 거면서 교관하고 만날 약속은 왜 한 거지?’ ‘그 동안 들떠서 시뮬레이션 연습한 것도 다 소용없구나.’ ‘주위 사람 들에게 파일럿 훈련한다고 자신만만하게 말했었는데… ….’ 지난 10여 년 동안 벼르고 설마, 과연, 설마, 과연을 반복하며 오늘이 오기를 기다렸는데, 5분도 안 되는 시력 검사 때문에 여기서 끝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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